[요시모토 바나나] 하드보일드 하드럭
빨래하러 C집에 갔다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하드보일드 하드럭"을 읽었다.
하드보일드 부분은 읽으면서 조금 힘들었는데 (읽으면서 생각이 많아지는..),
하드럭 부분은 청명한 가을하늘 처럼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으로 읽었다.
(때마침 소나기가 그쳐서 해가 뜨고-)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 지금은 구절구절이 기억나지도 않는다.
그저.. 별을 볼 수 있는 천창달린 집 얘기, 가을하늘 얘기가 예전 내 감성을 일깨워주었고,
언니의 장례식 후에 식물인간인 언니의 몸이라도 볼 수 있었던 그 때가 그립다는 얘기,
이탈리아 유학을 다시 준비하면서 시간이 다시 흘러가기 시작한다는 얘기,
그리고 언니가 죽어가는 시간은 다른이로 하여금 결단을 할 수 있게 하는 신성한 시간이라는 얘기 등이 맘에 많이 와닿았다.
그러면서, 그렇게 소중했던 한 사람이 가고, 그 아픔 와중에도 또 새로운 만남이 있고..
그 만남이 지리멸렬한 사랑이 아니라, 담담히 피어나는 사랑이라는 것이,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
지친 나에게 왠지 모를 위로와 힘이 되었다.
읽으면서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고,
애인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무언가 까다로워지는데, 그냥 큰 오빠 정도로 생각한다면..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나는 결국 그들 곁에서 그들의 모든 것을 받아들여주게 되듯이,
연인이 될 그 사람에게도 '친오빠'라는 이름을 붙이면 그렇게 너그러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가볍게 읽은 책인데, 이상하게 한껏 울고 난 것 처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잊고 있던 내 맘의 여린 것들이, 갓난아기의 팔락이는 숨구멍처럼 도곤도곤 자신의 존재를 일깨우는 듯한.
나 아직 여기 있어. 내가 있다는걸, 이런 세상이 여전히 있다는걸 잊지마,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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